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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본 사례 연구정치·외교 2022. 12. 24. 03:50반응형
1. (문제제기) 한미 FTA 추진은 개인변수 or 집단변수 중 어떤 것에 기인한 것인가?
2007년에 타결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은 조약의 준비와 체결 및 국회의 비준과정에 걸쳐 성급한 추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 성급한 추진은 개인적 변수와 집단의 변수 중 어떤 변수에 의해 기인된 것일까? 나는 그것을 집단의 변수라고 보았다. FTA 체결과정에서 보여준 우리나라의 사회문화구조는 ‘중앙주도형 정치경제체제’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실 우리나라는 1990년대까지 권위주의체제의 정부가 수출과 수입 정책을 좌우하며 수출 지상주의를 실현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6년 정부는 '세계무역의 50%가 FTA 등 지역협정 체결 국가 사이에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무역의존도가 70%를 넘는 대한민국은 중앙정부의 주도 하에 능동적 개방을 통한 적극적인 해외 진출 없이는 미래가 불투명하다. 한미FTA 체결이 국민경제 구조상 다시 무리가 따르더라도 전체적인 국가 경제를 향상시킨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2. (배경설명) 한미 FTA 추진이 집단변수라고 본 이유
종종 행정학에서는 정책결정을 내릴 때 ‘철의 삼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나는 정부가 한미FTA 체결 의사결정 과정에서 철의 삼각을 넘어 다른 외적변수도 고려했는지 궁금하다. 당시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인터넷 게시판에는 FTA 협상 내용 및 한국에 미칠 영향 등을 국민에게 거의 알리지 않고 있다는 글이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한 이해관계자는 “대한민국에서 정확한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은 재정경제부와 외교부 밖에 없다.”는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은 현재 우리나라의 정책결정체계가 아직 폐쇄적인 관료주의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미FTA 추진은 정부 내의 관세청, 외교부, 재정경제부, 농림수산부 그리고 전경련 등의 정부와 비슷한 노선을 가진 이익집단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중요한 정책이 체결되었다. 그리고 농촌 이익단체, 금속노조 등의 범이익단체까지의 의사를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 이렇게 다소 세력이 약한 단체는 평등하게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농성이나 촛불시위 등의 기타 과정을 통해 참여가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즉, 수출주도의 무역구조, 자원의 기본적 부족 및 수출기반의 경제, 중앙주도형 정치체제 등의 내적 변수와 사회경제적 조건의 변화, 여론의 변화, 지배집단의 변화 그리고 다른 하위체제로부터의 정책결정들의 외적변수 등이 정부의 한미FTA 추진을 더욱 공고화시켰다.
하위체제로부터의 정책결정은 앞서 말한 정부와 비슷한 노선의 이익단체들의 정책적 요구이다. 전경련은 FTA 체결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2001년부터 지역별 FTA 검토위원회를 구성하였고 ‘한미 FTA 쟁점사항과 대응과제’라는 보고서 발간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수출시장 안정적 확보와 미국의 대한민국투자확대 등의 측면을 지지하였다. 그리고 대외정책연구원(KIEP)은 “FTA는 무역,투자의 증가, 효율적 자원배분 등 경제성장의 촉진제”라고 강조하였다. 덧붙여 한국무역협회 이희범 회장은 “폐쇄적으로 문을 걸어 잠그고 성공한 나라는 없고 자본주의에의 참여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명제”라고 이야기하면서 한미FTA 체결을 옹호하였다.
2-1. (이론적용) 소집단의 역학, 집단사고에 빠진 정부의 결정
이와 같은 정책의사결정은 재니스 연구의 집단의 역학, 집단사고에 빠지기 쉽다. 급변하는 국제 질서에 발맞추기 위해 정부는 동시다발적 FTA를 결정하고 한미FT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신중하지 못한 수준의 합의들이 나오게 된다. 정부는 이미 한미FTA 체결이 주는 긍정적 효과에 초점을 두고 추진하려는 입장이고, 이에 농수산물과 같은 기본적 생명권과 달려있는 문제들은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일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반대의견을 가진 집단이 가진 불일치한 관점을 무시하고 목소리를 낮추도록 영향력을 가하며 의사결정과정에서 배제한다. 이는 최종적으로 미국에 끌려다니는 합의, 통상조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된다.
또한 게롤드 스태서는 집단은 이미 알려져 있는 정보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고 집단토의에서 나오는 새로운 전제는 무시되기 쉽다고 하였다. 이처럼 중앙주도형 정부의 한미FTA 추진은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 해야만 하는 결정이고 그 집단토의는 정부의 결정을 견고히 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정부는 더 다양한 반대세력 의견을 반영하고 설명을 통해 국민과의 소통을 하고 국민을 납득시켰어야 한다. 한미 FTA 체결 과정에서의 가장 큰 문제, 소통의 부재는 정부에 대한 단순 비난이 아닌 비판이 되었고, 이는 정부가 집단사고에 빠져 성급한 결정을 내린 이유이기도 하다.
2-2. (이론적용) 관료정치 관점에서 본 정부의 결정
또한 한미FTA체결의 추진과정은 관료정치 관점에서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FTA추진과정에서 어떤 집단이 정책중개자의 역할을 하였는지에 대해 조사해보았다. 우리나라는 FTA통상교섭본부가 정책중개자 역할을 담당하였다. 정책중개자는 정책집행자로서 옹호연합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중재하고 타협안을 찾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관료 등의 행태를 보면 거의 정책중개자, 결정자가 아닌 비난회피자에 가깝다. 그 이유는 관료정치에 그 문제점이 있다. 첫째, 차기 선거 등에서의 민심의 동향에 대한 정치적 고려 때문이다. 특히 정책중개자 역할을 한 FTA특별위원회에서도 농촌지역 출신의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출신지역의 농민과 이익단체의 반응에 부담을 느낀다. 둘째, 반대로 FTA로 큰 이익을 볼 경제단체와 기업들의 영향력이 커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여러 가지 의미에서 우리나라에서는 FTA 추진의 세부에 대한 찬반론을 다 수용하면서 합리적 의사결론을 이끌어 내기 위한 정책중재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정책중재자라고 볼 수 있었던 FTA특별위원회마저도 중재자로서 중립을 지켰는지가 의심스럽다. 실제 정책중재자의 역할을 해야할 전문위원들의 출석을 배제하고 방해하는 행위로 전문성을 포기하는 등 스스로 틀짓기와 규칙을 만들어 행동경로를 미리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3. 개인적 변수가 집단변수 보다 타당성하지 않은 이유
일각에선 한미FTA 체결이 노무현 대통령 리더십에 의한 것이란 의견도 많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은 선거 공약에서도 한미FTA 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청와대의 한 핵심 참모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구한말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 실패 사례를 예로 들며 ‘그때 우리가 주도적으로 문을 열었다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떻게 됐겠느냐.’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개방철학에 뿌리를 두고 한미FTA체결을 이끌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한미FTA 추진이 과연 대통령 한 사람의 리더십으로 추진될 수 있었을까? 위에서도 봤듯이 일부 이익집단에서는 한미FTA가 추진되기 5년 전부터 FTA검토위원회를 만들고 정부와 비슷한 의견의 여러 부처와 이익집단들의 의견이 있었다. 나는 오히려 이것이 도널드 실반과 데보라 헤다드의 누가 더 스토리텔링이 뛰어나느냐? 라는 연구에 빗대고 싶다. 대통령은 중앙정부의 수장으로서 스토리텔링이 더 뛰어난 집단의 의사결정에 한 표를 던져주고 시행한 것이다.
만약 노무현 대통령의 개인적 리더쉽에 의해 FTA가 추진되었다면 기본적 생명권과 직결된 농수산물의 피해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내가 생각하는 노무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에서 그나마 가장 밑에 있는 민생까지의 삶도 이해하려고 애쓰신 분이다. 그런데 그 분의 리더쉽으로 한미FTA가 이렇게 성급하게 추진되었다면 이건 리더쉽의 부재라고 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4. 결론
한미FTA는 대통령의 리더쉽에 의한 추진이 아닌, 중앙주도형 정치체제가 빗어낸 집단적 변수에 의한 것이다. 앞에서 국민과의 소통 부재로 인한 정부의 집단사고적 결정, 관료정치의 문제점으로 한미FTA 결정은 성급한 추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앞으로 정부는 중대한 의사결정에 있어 다양한 이해관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중개자,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똑똑히 수행하기를 바라며 그 답은 소통에 있음을 유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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