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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중의 지혜」로 본 정책 과정 속 우리의 역할
    정치·외교 2022. 12. 2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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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말 내부자들이라는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영화 내의 많은 대사들이 회자되기도 하였다. 그 중 이강희 역을 맡은 백윤식의 대사 중에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집니다.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라는 말이 있다. 이후 한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한 언론사와의 술자리에서 이 대사를 인용하였다가 파면되는 일도 있었다.

      정책개론 수업을 통해 다양한 정책과정 속에서 다양한 정책 이해관계자들이 상호작용하며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다루었고, 그 동안 대체적으로 이익집단이나 여론, 대중들의 정책참여가 보편화되고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과연 대중들이 단순한 개나 돼지라면 왜 정책과정에 있어 이들의 참여가 확대되는 것일까? 제임스 서로위키의 대중의 지혜라는 책에는 왜 대중들이 단순한 개, 돼지가 아닌지, 대중들이 어떠한 지혜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질문에 대한 답안을 찾기 위해 제임스 서로위키의 대중의 지혜(랜덤하우스코리아, 2005, 홍대운·이창근 역)를 읽고, 정책과정에서 왜 대중의 참여 혹은 대중의 지혜가 필요한지, 다양한 정책과정들(정책의제설정과정, 정책결정과정, 정책집행과정, 정책평가과정 등)에서 이와 같은 대중들의 지혜가 발현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령, 국민투표 등)가 무엇이 있는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현재 그 제도(방법, 장치)에 문제는 없는지,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개선시킬 수 있는지 논의해보고자 한다.

     

    1. 정책과정에서 대중의 지혜는 왜 필요한가?

     

      우리 주변에는 대중의 지혜를 보여주는 수많은 사례가 있다. 가령, 책에서 소개한 하버드 셸링 교수의 일화는 참 인상적이다. 캠퍼스 건물 2층에서 강의할 때 쉬는 시간이면 건물 안 두 계단이 모두 다른 사람을 팔로 밀치며 움직이는 학생들 때문에 막히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리고 어느 날 그는 시험 삼아 오전 10시 강의 수강생들에게 앞쪽 계단으로 올라가고 뒤쪽 계단으로 내려가라고 부탁했는데, 자연스럽게 9시와 11시 강의 수강생들 모두 올라갈 때는 앞쪽 계단, 내려갈 때는 뒤쪽계단을 이용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 나서서 행동을 바꾸라라고 지시할 수도 있지만, 작은 변화를 통해 전체의 해법을 찾아내면서 질서와 안정성을 유지하였다. (대중의지혜, 2005)

     

      위 사례에서 보듯 대중의 힘은 전체 사회의 변화를 일으킬 만큼 대단한 위력을 가졌다. 그러나 대중은 자신들의 지혜를 알아보지 못할 때가 많다. 사실 대중은 자신의 이익이 민감하게 관련된 경우에 더욱 현명함을 발휘한다. 우리 주변에는 대중의 지혜를 보여주는 수많은 사례가 있고 전문가보다 대중의 지혜를 이용하는 것이 더 나을 때가 많다. 군중은 규모가 커질수록 현명해지고, 쓸만한 대답을 많이 얻으려면 집단의 판단에 의존하는 것이 낫다. 책에서도 여러 예시를 들고 있지만 대중의 지혜는 일관되게 정답과 가까운 답을 내놓는다.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들이 포털사이트 구글을 신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대중의 지혜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목한 페이지일수록 최종 결정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리고 클릭 수가 높은 페이지는 상위로 배치되면서 정보의 비대화로 인해 고통받던 사람들의 고민을 한 시름 덜어주었고 효율적 검색을 가능하게 하였다.

     

     

    2. 다양한 정책과정들에서 대중들의 지혜가 발현될 수 있는 4가지 조건은 무엇인가?

     

      앞서 대중들의 지혜를 통한 장점을 보았다. 어떤 상황에서 집단은 놀랄만큼 똑똑하며, 때로는 집단 가운데 가장 똑똑한 사람보다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린다. 그러나, 똑똑한 개개인이 모여 집단을 형성하는데 이 때 가끔 생각지도 못한 멍청한 결과가 나올 때가 있다. 이는 집단에서, 조직에서 그리고 심지어 우리의 안위를 책임지는 정부에서도 그럴 때가 많다. 이는 즉, 개인은 양심이 있지만 집단은 양심을 망각할 때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철학자 르봉은 집단 내에 쌓여가는 것은 재치가 아니라 어리석음이다.”라고 말했다. 집단은 특정 환경에서는 좋은 결과를, 어떤 조건에서는 좋지 않은 결과를 낸다. 집단은 질서와 단결을 위해 일반적으로 규칙이 필요하지만, 그 규칙이 잘못 적용되는 경우 심각한 결과를 낳는다.

     

      그럼 현명한 집단을 만들어 내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 저자는 시장이 올바른 판단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시장이 현명한 대중의 네 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첫째는 의견의 다양성, 둘째는 독립성, 셋째는 분산화 또는 분권화, 마지막으로 종합, 통합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요소들을 다 갖추었을 때 대중들의 지혜가 발현된다. 그 중 다양성과 독립성이 중요한 이유는 집단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길이 합의나 타협이 아닌, 의견의 불일치와 경쟁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동질성이 강한 집단은 다양한 집단에 비해 더 쉽게 결집하며, 응집력이 높아질수록 외부 의견과 고립되고 집단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 그러나 다양성은 집단이 내놓을 수 있는 해법의 범위를 확장시켜 준다. 모인 사람들이 얼마나 다양한 배경과 지식을 가졌는가에 따라 그 집단의 다양성 수준은 달라질 것이다.

     

      또한 각 개인은 가능한 한 독립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독립적이라는 말은 다른 사람들의 영향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립성이 현명한 의사결정에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쨰, 독립성은 사람들이 저지른 실수가 서로 연관되는 것을 막아 준다. 둘째, 독립성이 존재할 경우 새로운 정보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서로에게 가하는 영향력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같은 믿음을 갖게 되어 같은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람들은 전략을 서로 모방하게 되고 그들은 어떤 정보를 갖고 있든지 간에 보유한 정보를 실제로 이용하지 않고 남의 정보에 의존한다. 때로는 정보가 사람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기도 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정보를 보완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자연히 살펴보게 된다.

     

     

    3. 대중들의 지혜가 발현될 수 있는 4가지 조건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의 결과는?

     

      앞서 현명한 대중들이 가지는 네 가지 요소는 다양성, 독립성, 분산화, 종합의 과정이라고 보았다. 나는 이 네 가지가 얼만큼 중요한지 최근 흥미를 가졌던 재니스의 소집단 역학 이론과 사례에 대입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보통 소집단이라고 하면 5~15명 내외의 공통목적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집단을 의미한다. 재니스는 집단의 정책결정 영역에서 소집단의 역학에 대해 초점을 두었는데, 소집단의 역학은 집단사고이다. 집단사고란 일부 소집단들은 높은 스트레스, 다급함, 불확실성 등과 같은 정책과정에서 보이는 역기능적 성격을 말한다.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집단 내 집단의 어떤 구성원이 일탈행위를 보일 경우, 다른 구성원들은 그 사람의 불일치한 관점을 수정하게 하거나, 목소리를 낮추도록 영향력을 가한다. 그리고 처음에는 은밀하게 나중에는 공개적으로 그 구성원은 배제될 것이고 그 집단은 비정상적인 어떠한 합의를 도출한다. 이렇게 집단은 집단사고에 빠져 종종 비정상적인 합의를 도출한다. 그리고 집단사고를 하는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더 큰 실패를 할 가능성이 높다.

     

      나는 이 소집단의 역학 이론을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지라는 정부의 의사결정에 빗대어 설명하려 한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3,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지속되자 20162월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지하였다. 나는 이 정부의 결정 또한 각 부처의 소집단이 내린 결정이라고 보았고 이것이 과연 집단사고적 결정인가 아닌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게 된다. 이 결정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개성공단의 일부 자금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자금으로 전용된다는 의견 때문이었다. 또한 당시 국제사회에서 대북제재조치가 강화되는 상황에 우리나라와 북한과의 교류는 제3국이 보기에 그리 좋아보일리 없었을 것이다. 정부는 오전에 NSC회의에서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지라는 결정을 내리고 1시에 이미 보도자료를 배포한 후 2시에 입주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하였다. 사실 언론에는 간담회라고 적혀있었지만 일방적인 통보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북한의 요구에 따라 입주기업은 개인 소지품 이외에 아무것도 반출할 수 없게 되고 입주기업만 약 4조원의 피해를 보게 된다. 개성공단의 운영방식은 보통 남한에서 원자재를 북한으로 조달 후 개성공단에서 조립하여 다시 그 완제품을 남한으로 가져온다. , 개성공단에서의 임금 1이라고 하면 생산액은 5, 직접경제가치는 10이 된다. 우리 정부의 일방적 통보로 직접경제가치 10이상의 손해를 보게되는 것이다. 또한 입주기업에 딸린 협력업체 5,000, 여기에 한 식구당 4명이라고 치면 딸린 식구가 약 20만명이다. 이 사람들은 길거리에 나와 시위를 하며 정부에게 살려달라 애원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개성공단의 인프라는 우리나라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졌다. 전기, 오폐수시설까지 거의 모든 사회간접자본이 그러하다. 북한은 추후 이 개성공단을 중국과 함께 위탁가공단지로 사용하면 되지만, 우리나라는 그저 세금을 낭비하는 꼴이 된다.

     

      그럼 이와 같은 정부의 갑작스런 결정에는 어떠한 뾰족한 대안이 있었을까? 없었다. 정부는 2의 개성공단을 발굴하겠다.’라고 발표하지만 굉장히 터무니없다. 입주기업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개성공단까지 간 이유는 저렴한 노동력 때문이다. 개성공단의 임금은 월10만원이다. 어디서도 대체 가능한 곳을 발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그 피해액 또한 정부가 지불한다고 하지만 이는 모두 세금이다. 보통 남북경협보험에 가입이 된 기업에 한해서 피해보상액이 지급되는데 남북경협보험에 가입하는 절차부터가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다수 입주기업들은 이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고 보상액도 받지 못한 꼴이 된다. 이렇게 정부의 일방적이고 갑작스런 결정, 즉 집단사고에 빠진 결정은 자국민의 생계를 위협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피해를 낳고 있다. 이 사례에서 바로 적용이 된다. 대중들도 그렇고 어떤 집단에서도 다양성과 개개인의 독립적 사고는 반드시 필요로 하다. 나는 개성공단 가동 중지라는 정부의 결정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명백한 근거는 존재하지 않지만 이 자금이 핵 미사일 자금으로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부가 정책의제를 설정하고 결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고 폭넓게 생각했다면 우리나라가 받을 피해액이 이 정도까지 크지 않지 않았을까? 분명 다양성과 독립성이 지켜졌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4. 다양한 정책과정들에서 대중들의 지혜가 발현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무엇인가?

     

      선거와 투표이다. 선거는 일상의 정치과정에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공약을 내세운 대표는 약속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민주화 이후, 투표율은 평균 50%에 불과하며, 특히 20~30대 투표율이 가장 낮다. “민중은 개돼지다. 신분제를 공고화해야한다.‘라는 말은 정말 대중을 무시하는 어투이지만, 이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국민들, 특히 청년들이 나라정책에 무관심이다. 물론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정책 틀 안에서 무엇인가를 바꾸기에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그렇지만 개개인이 할 수 없었던 일을 대중이 이끌어낼 수 있다. , 선거와 투표를 통해 청년들의 일자리와 사회적 삶, 미래의 질이 결정된다. 민주주의를 공고화하는 것은 정부의 의사결정과정에 있어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 의의가 있다. 더 많이 참여하고 지혜롭게 투표하는 계층과 세대가 더 많은 이익을 누리는 것, 부조리함을 바꿀 수 있는 대중의 힘이 민주주의의 공고화를 위한 최적의 방법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 중 셰보르스키(A.Przeworski)는 민주주의 공고화를 위해 제도적 조건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미국 정치학자 셰보르스키(A.Przeworski)누가 종이돌(paper stone)을 많이, 그리고 잘 던지느냐에 따라 민주주의의 공고화가 달려 있다고 했다. 이는 거리의 짱돌이 아니라 투표용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왕 투표함에 종이돌을 던지려면 제대로 던져야 한다. 또한 이에 대해 철학자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 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이것에 대해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한다면 바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한 개인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선거와 투표를 통해 민주주의를 공고화 시킬 수 있고 대중이, 집단이 현명한 사회를 이룩할 수 있다.

     

      민주주의 전환과 공고화 이후의 민주주의가 더욱 심화되기 위해서는 민주적 정치제도를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와 더불어 이에 상응하는 정치문화도 중요하다. 실제로 인류는 사회경제적 발전에서 문화적 변화를 일으키며 발전해왔다. 자기표현의 가치가 증가하고 양성평등, 민주적 가치 등의 민주주의의 해방적 가치가 증가하게 되면서 인간의 선택은 확장되고, 점차 인류애적 사회를 변모해왔다. 이에 따라 정치문화도 대중들이 지혜를 발현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로버트 풋남(R. Ptunam)1960년대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지방분권화 정치개혁 결과를 연구하였다. ‘똑같은 나라 안에서, 같은 시기에 시행된, 똑같은 조건의 제도인데도 왜 지역마다 그 성취도에 있어서 차이를 보일까?’ 실제로 이탈리아 북부의 경우 높은 성취도와 만족도를 보인 반면, 남부의 경우 그와는 반대로 매우 낮은 성취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로버트 풋남은 그 원인을 그 사회가 갖고 있는 사회적 자본으로 보았다. 그가 말하는 사회적 자본이란, 개인들 사이의 연계, 이로부터 발생하는 사회적 네트워크, 호혜성과 신뢰의 규범을 의미한다. , 사회적 저본은 사회내부 구성원들 간의 신뢰감, 공적 업무에의 적극적 참여, 수평적 관계 등으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탈리아 사례는 각기 다른 지배체제 하에서 발생하는 문화 차이가 컸다. 남부의 경우 수직적인 체계 하의 문화가 싹튼 반면 각 중/북부의 경우, 남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평적이고 상호 신뢰적인 문화가 싹텄다. 이탈리아에서 선순환적 순환의 뒤에는 사회적 자본의 꾸준한 축적이 있었다.

     

      그러므로 사회적 자본은 시민적 참여를 증가시키고 삶을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원동력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적 참여는 시민사회와 민주주의 발전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처럼 사회적 참여의 수평적 네트워크가 참여자들이 집합적 행동의 딜레마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준다면, 조직이 보다 더 수평적으로 구조화되어 있으면 있을수록, 보다 광범위한 공동체에서 제도적 성공을 촉진시킬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금보다 더 선진화된 민주주의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사회적 자본을 쌓고 시민적 참여가 높은 정치문화, 수평적 네트워크를 갖춰야 한다. 아직 잔재하고 있는 조직의 수직관계는 조직문화 개선과 더 발전된 민주주의 및 시장의 효율화를 위해 바뀔 필요성이 있다. 문화를 형성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기성세대를 비판할 것이 아닌 지금 우리 세대부터 적극적 참여와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5. 현재 정책제도의 문제점

     

      많은 서구의 학자들은 동아시아는 전통적인 유교문화로 인해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민주주의 공고화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본다. 실제로동아시아적 경제·정치모델이 서구학자들의 지탄을 받게 된 이유는 이 모델이 전통적인 유교문화에 근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장기 경기침체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초래했다고 본다. 동아시아의 유교적, 권위주의적 전통으로 부패와 정경유착이 만연했다는 것이다. 당시 IMF가 터지면서 일자리를 잃고 국가 전체의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이었다. 사실 경제성장과정에서 정부는 대기업 육성정책으로 인해 부패와 정경유착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이러한 부패가 공공연하게 정치, 경제, 사회에서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김영란법이 도입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학연, 지연, 혈연 등의 관계에 민감하고 일명 줄타기를 통해 개인의 승진, 미래가 달려있다. 그렇기 때문에 똑똑한 개인이 어떤 집단에 들어가면 독립적인 사고로 자기 목소리를 낼지 모르고 어영부영 다수의 의견에 묻어서 간다. 앞서 봤던 소집단의 역학 이론처럼 이런 집단에서는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이 나올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아시아 특히, 한국은 전통적인 유교문화를 배제하고 서구에서 발전된 민주주의를 완벽하게 모사해야 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서구 민주주의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높은 수준의 정치적 평등을 보장한 것은 맞다. 이는 여러 측면에서 인류의 발전을 선도하였다. 그러나 사회경제적 빈부격차가 심해짐에 따라 불평등 구조가 심화되고 이는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불러왔다. 또한 정보의 비대칭성, 다수의 독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수의견은 무시되고 있다. 국민 다수의 의사를 확인하고 반영하는 유용한 수단인 다수결의 원리는 수의 다소만을 따지는 그것의 특성으로 말미암아 소수의견을 무시함으로써 다양성의 구현을 저해하고 나아가 다수의 독재와 같은 현상을 야기하였다. 진정 서구 민주주의가 모범모델이라면 위와 같은 정치적 평등에 있어서의 문제는 없어야 할 것이다. 또한 왜 2008년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을 금융위기가 발생하였을까. 유럽의 재정위기, 그리스의 부도 등은 설명할 길이 없다. 동양과 서양의 각 정치모델은 장단점이 있고 기술, 문화의 발전에 따라 대중의 요구에 따라 그 시대의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6. 동아시아의 전통사상으로 본 현대 민주주의의 문제점 해결 방안

     

      나는 현대 민주주의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동아시아 전통사상에서 찾아보려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공자와 맹자의 유가 사상에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인 인간존중과 평등뿐 아니라 기본 원리에 해당하는 주권재민과 국민 혁명권이 있다. 공자는 인()과 서()를 강조하며, 서는 내 마음속에 갖춰져 있는 인을 기준삼아 상대방에게 어떤 행위를 강요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서가 사람다움의 이치인 인으로써 타인과 관계맺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서는 내 마음속에 있는 인을 실현하는 길이면서 동시에 타인을 인격적으로 대우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따라서 공자는 서를 통해 인간을 인격적으로 대우하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모든 인간은 인격적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인간존중의 이념을 구현하고 있다. 맹자는 왕도(王道)정치를 제창하며 덕()과 인()을 강조하였다. 맹자는 국가의 주요한 대사를 민심에 따라 결정해야한다는 주장하였다. 또한 만약 국민의 삶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보장해야 할 국가가 오히려 이를 해친다면 그 국가는 더 이상 존재할 의의가 없어져버린 셈이라고 하며, 존재 의의를 상실한 임금과 국가는 교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두 번째로 도가사상이다. 노자와 장자가 주장한 도가에서 또한 자발적 참여를 통한 다양성의 실현을 가능하게 한다. 앞서 대중의 지혜가 잘 구현되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그러나 집단에서 이 다양성이 제대로 나타나기란 쉽지 않다. 그럼 어떻게 도가사상을 통해 현대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을까? 도가에서 말하는 무위의 정치는 결코 가만히 앉아서 말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각기 그 스스로 함에 맡긴다는 것이다. 각기 그 스스로 함에 맡긴다는 것은 곧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성정의 흐름에 따른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위의 정치는 사람들의 기능 발휘를 획일화하지 않고 사람들이 일을 처리하는 방식을 똑같게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의 다양한 성향과 기능이 살려져 사회의 다양성이 실현된다. 따라서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무위의 정치는 현대에 정치적 무관심으로 야기된 관객민주주의 현상의 해소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다양성의 실현을 가능케 하는 무위의 정치는 다수에 의한 횡포를 방지하여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데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초점을 둔 것이 묵가의 사상이다. 묵가의 사상은 자유로운 토론인 논변을 통해 현대 민주주의의 다수결의 원리의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본다. 묵가가 중장한 옳은 명제를 결정하는 기술인 논변은 상급자의 독단을 제어하는 데에 기여한다. 우선 최소 행정단위 수장에 의해 개개 국민의 다양한 의견이 모아져 조정을 거친 후 가치판단의 기준을 통일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수장과 국민의 의견이 배치될 때 그 의견들 가운데 어느 의견이 옳은가를 논변을 통해 정한다. 국민의 의견이 사실에 부합하면 국민의 의견이 채택되는 것이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논변을 통한 과정은 개개 국민이 그들의 상급자의 권위에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과정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논변은 상급자의 잘못된 결정에 대한 국민의 저항 수단이다. 사실에 부합하는 주장을 옳다고 판정하는 논변은 그래서 국민의 의견이 표출되는 수단이면서 나아가 국민의 의지가 천지가 되는 수단이다. 다양한 의견들 가운데 어느 의견이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통일되느냐 하는 것은 그 의견을 제시한 사람이 누구인지 내지는 그의 신분이 무엇인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어느 의견이 사실에 부합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국민이 제출한 의견이 사실에 부합하고 천자의 의견이 그렇지 못할 경우, 채택되는 의견은 국민의 그것이다. 논변은 국민의 지성과 힘을 끌어들이는 수단이면서 나아가 국민의 의지가 하늘에 반영되는 수단이다. 이처럼 논변은 국민의 의사나 의지의 표출을 보호하면서 일정정도 보장한다. 나는 이 묵가 사상이 국민의 의사와 의지가 실현될 수단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는 주권재민의 원리를 실현하는 수단이 구비된 가장 민주적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맺음말

     

      이제껏 나는 정부의 정책과정에서 대중의 지혜와 자발적인 대중의 참여가 왜 필요한지 그 중요성을 살펴보았다. 또한 대중의 지혜가 잘 구현되기 위해서는 다양성, 독립성, 분산화, 종합 및 통합의 4가지 조건이 충족이 되어야 그 지혜가 사회에 잘 발휘될 수 있다고 보았다. 4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집단의 역학에 따라 집단사고에 빠질 수 있고 이는 비합리적인 합의 결정에 이르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정책과정들에서 대중들의 지혜가 발현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는데 그것은 선거와 투표라고 밝혔다. 선거와 투표야말로 현대 민주주의에서 대중의 지혜가 가장 잘 발현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이다. 그렇지만 이 제도적 장치에는 다수결의 독점이라는 문제점이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 불평등한 사회구조에 따라 소수의견이 무시되고 소외받는다.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동아시아 사상이 현대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았고 이 중 묵가의 자유로운 논변이 소수의견까지 수렴이 가능하므로 다수결의 독점을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도가의 무위의 정치를 통해 자발적 참여와 다양성 실현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우리 사회는 대중들의 지혜가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망각한다. 우리는 집단의 평균치를 택하기보다는 최고의 전문가를 선택하려고 한다. 전문가가가 아무리 박식해도 최대한의 성과를 얻으려면 전문가의 예측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합쳐져야 한다. 경험이 부족하고 덜 유능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새 구성원을 조직에 포함시키면 조직이 더 현명해질 수 있다는 것도 대중의 힘이다. 우리는 다양한 개인으로 구성된 큰 집단이 우수하고 안정적인 예측 결과를 내놓는다는 사실을 위에서 확인했다.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아무리 박식하고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그 개인이 가지는 힘은 대중이 가진 힘에 비해 한없이 작다. 우리는 앞으로 우리의 미래를 위해 자발적 참여로 대중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참고 및 인용자료>

    1. (서적) 대중의지혜, 제임스서로위키, 2005, 랜덤하우스

    2. (서적) 외교정책론, 밸러리허드슨, 2009, 을유문화사

    3. (논문) 동아시아 사상과 민주주의, 김철신, 순천대학교

    4. Samuel P. Huntington, The Third Wave (Norman : University of Oklahoma Press, 1991)

    5.“유교의 민본주의 사상과 그 현대적 의미”, 장승구

    6.“민본주의를 넘어서”, 김형효 외 지음, 2000, 청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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