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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민주주의의 현실 분석과 향후 전망중국·북한 2022. 12. 24. 02:45반응형
Ⅰ. 들어가는 글
급속한 경제성장에 기초하여 이른바 G2로 부상한 중국의 민주화에 대한 관심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부국강병’이라는 중국 특유의 이데올로기가 강력하게 작동되는 역사적 특성은 공산당 일당통치 하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표현되어 왔으며, 특히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G2 체제 즉 미국과 함께 세계 초강대국의 위치에 선 후 중국공산당이 이를 더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2010년 ‘구시(求是)’ 발표 논문에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민주가 서구 자본주의 민주보다 높은 유형의 민주주의이기 때문에 서구 자본주의 민주주의를 중국에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강력히 반대하며, 중국 특색 사회주의 민주주의를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공산당의 이 같은 주장은 역사적 발전과정에서 형성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기준으로 볼 때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민주주의가 중국의 정치체제에 적합한 것인지에 대한 여부, 즉 자유민주화가 가능할 것인지를 전망해 보려고 한다. 중국 지도자들은 ‘중국특유의 사회주의적 민주주의 건설’을 강조해 온 바 있고 이에 따라 많은 학자들은 중국의 민주주의는 서구식 자유민주주의와는 다른 형태로 발전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에 중국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중국특색의 민주주의에 대한 내용과 특징 파악에도 주력하려 한다. 선행연구에서는 주로 중국의 경제적 측면에 초점을 두고 진행하였으나 이번 연구에는 정치적 측면, 즉 당-국가체제의 변화에 중점을 두고자 한다. 중국의 정치체제는 중국공산당이 국가사회의 전 영역에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당-국가체제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정치체제에 있어 당-국가체제의 변화 없이는 정치의 민주화가 불가능한 체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수성으로 인해 중국정치의 민주화의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 중국 공산당의 지위와 변천에 대한 연구가 보다 핵심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Ⅱ. 민주주의 이념과 중국정치의 현실
고전 민주주의는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되었고, 근대 대의제 민주주의는 근대 유럽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오늘날 서구와 비서구를 불문하고, 자유주의자 평등주의자외에 독재자까지도 민주주의를 부르짖는다. 심지어는 사우디아라비아나 바레인, 요르단 같은 왕정국가에서도 민주주의를 표방하며 목표로 삼고 있으며, 북한의 공식명칭은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다. 중국 즉 중화 ‘인민’ 공화국을 이끌고 있는 중국공산당이 견지하는 4개항 기본원칙은 인민 ‘민주’ 전정이다. 관계 속에서의 삶을 살아가는 인간은 본성적으로 스스로의 가치와 이상을 안정된 사회질서 속에서 실현시키고자하며, 이 때문에 인간이 바라는 좋은 세상은 본질적으로 민 스스로가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 당위성에 긍정한다. 민주주의는 당금 세계정치의 공통분모이며, 일부 비판이 있지만 민주주의 외에 다른 대안은 없어 보인다.
민주주의는 매우 다양한 뜻을 지니고 있다. 정치원리이기도 하고, 사회조적의 상징이기도 하며, 사실인식의 도구이기도 하고, 생활태도나 신념을 가리키기도 한다. 민주주의의 두 기둥은 자유와 평등이다. 민주주의의 자유란 부당한 구속이나 제재로부터 자유로운 ‘강제 없는 상태’를 말하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기 스스로 자유를 지배하는 상태를 말한다. 세이빈(George Sabine)은 자유와 평등을 대립되는 가치로 본다. 그는 자유가 늘수록 평등은 줄고, 평등을 강조할수록 자유가 줄어듦으로 민주주의 이념은 자유여야 하고, 평등은 차선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자유를 얻고자 하는 투쟁을 민주주의 운동이라 부른다.
한편 중국과 같은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민주주의 사상의 핵심이념을 평등으로 본다. 민주주의의 이념적 기초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모든 존재의 목적가치를 평등하게 취급하고, 기회를 균등하게 주었을 때 민주주의 이념의 원리가 살아난다는 주장이다. 사회주의 국가는 사회적 평등에 기초하여 평등에 민주주의의 목적가치를 둔다. 따라서 중국이 표방하고 있는 인민민주전정, 즉 모든 인민이 주인이 되어 오직 민주적인 방식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정치라는 의미이므로 곧 중국식 민주주의인 셈이다.
평등과 자유는 꼭 충돌하는 개념일까? 자유지상주의자들이라면 모르겠지만 공동체의 안녕과 조화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절대적으로 획일화된 평등을 추구하는 것은 다양한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적 평등이 아니다. 평등이 강조되는 정치는 다수결에의 복종, 소수의견의 존중, 인권의 존중, 부당한 압력 배제라는 틀 속에서 전개된다. 그러므로 중국정치가 또 하나의 민주주의 모델을 독자적으로 성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국식’ 인권과 신념이 따로 있다 하더라도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자유로운 의견표출과 시민의 참여가 중국에서는 제한을 받고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평등을 중시한다고 하지만 참정권, 선거권, 공직종사권 등 평등 가치의 사회적 실현이 공산당의 ‘영도’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중국의 평등은 획일적으로 통제된 평등에 가깝다.
사실 중국 지도자들은 민주주의가 사회주의와 현대화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을 강조해 왔으며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가치임을 역설해 왔다. 최근 관영보도를 통해서도 ‘민주주의’라는 언급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 지도층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에서는 중국의 인권개선을 촉구하며 동시에 중국의 당-국가체제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의 민주화와 관련하여 ‘중국공산당 일당독재체제 하에서 민주주의가 가능할 것인가’라는 문제 먼저 초점을 두고 싶다. 중국정치의 민주화 현실을 진단하기 위해 자유민주주의 핵심지표로 인식되고 있는 법치주의, 사법부의 독립, 권력분립, 선거제도, 복수정당제도와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의 하나인 ‘정치적 참여의 보장’을 중심으로 논하고자 한다.
1) 법치주의
법치주의란 민주주의의 본질적 구성요소 중 하나로서 진정한 의미의 민주적 법치주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정치적 권리와 시민적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며 공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견제 메커니즘이 제도화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 중국의 법치주의는 어떠한지 살펴보자.
개혁·개방기 이후 중국 지도자들은 정치안정과 경제발전을 위한 정당성을 갖기 위해 제도화와 법제화를 강조해왔다. 덩샤오핑 집권기, 1982년 헌법에서는 ‘어떤 조직이나 개인도 헌법과 법률을 초월한 특권을 누릴 수 없다’고 규정하였고 이어 장쩌민, 후진타오도 법치와 덕치의 결합, 법치실현을 통한 조화사회 건설을 강조하며 정치적 제도화를 위한 개혁을 단행하였다. 중국의 법치주의는 사회전반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척결하여 국가 내적인 결속력 강화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의 법치주의 강조가 과연 민주화를 지향하는 것일까? 첫째, 중국공산당은 헌법과 법률에 대하여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헌법의 수정 및 법률게·개정은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제출되기 전에 정치국과 당회의를 거쳐 심사해야하며, 정치적으로 중요한 법률을 입안하기 위해서는 당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그러므로 중국헌법의 전문은 ‘중국공산당 정책의 요약본’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둘째, 중국공산당은 전국인민대표대회에 대해서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전인대의 인민대표들은 대부분 공산당의 추천에 의한 간접선거 방식으로 선출되며 이들 중 70% 이상이 공산당원이다. 이들은 당의 노선을 고수하도록 요구받고 있기 때문에 전인대의 어떠한 입법활동도 당의 이익과 노선에 역행할 수 없다. 또한 중국공산당은 헌법개정에 필요한 제의·결의 정족수를 이미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중국의 법치주의는 국민의 정치적 권리와 시민적 자유를 보장한다는 의미보다는 공산당의 국가사회 통제력을 제고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고 당에 의하여 인정된 방향으로 사회를 형성해 나가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한마디로 국가의 입법활동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강력한 영향력으로 법치주의의 그 본연의 기능이 축소·약화하고 있다.
2) 권력분립과 사법부의 독립
권력분립이란 중앙 각급기관 간의 수평적 권력분립과 중앙과 지방간의 수직적 권력분립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권력의 고도집중을 방지하는 메커니즘이다. 이 중 사법부의 독립은 국가의 위법행위로부터 국민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중국의 헌법에서도 형식적으로나마 권력분립을 위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전인대는 헌법상 최고의 국가권력기관으로서 주석과 부주석, 최고인민법원과 최고인민검찰원의 장을 선출·파면하는 등 인사감독권을 가지며 국무원에 의한 헌법실시와 예산집행에 대한 심사권을 보유하고 있다(중국헌법 제62조, 제63조). 또한 중국헌법 제126조에서는 ‘인민법원은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재판권을 독립행사하고, 행정기관, 사회단체와 개인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여 사법부의 재판권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 이처럼 헌법을 통하여 권력분립과 사법부 재판의 독립을 명문화하고 있으나 당-국가체제 하에서의 경제와 균형을 실질적으로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 국가기관에 대한 당의 영도는 인사통제, 조직통제, 사상통제의 형태로 나타나며 이러한 통제가 권력분립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첫째, 헌법규정상 전인대에게 중요기관의 장에 대한 선출·파면권을 인정하고 있으나 전인대는 선출과 파면을 표결을 통하여 결정할 뿐, 지명과 파면의 실질적 결정은 당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이처럼 전인대의 인사권한이 유명무실한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국무원에 대한 감독·통제권이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 이는 실질적인 인사권한이 공산당에게 귀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중국공산당은 모든 국가기관에 당세포조직을 설치함으로써 조직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지역경제 발전을 위하여 지방정부로의 권력하방에 노력한 바 있으나 실제적으로는 오히려 당의 조직통제와 전인대·국무원의 간섭과 감독권이 강화됨으로써 ‘지방정부에 의한 중앙정부 견제’라는 수직적 권력분립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셋째, 중국공산당 규약 제3조에서는 모든 당원으로 하여금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사상, 덩샤오핑이론, 3개대표론의 중요사상, 당의 기본 지식을 학습할 것을 요구한다. 이를 통해 당의 기본노선과 제반방침·정책을 관철, 집행할 것을 의무화한다. 이와 같은 사상교육과 통제는 국가의 각 기관이 당의 노선에 따라 활동하도록 요구하며 중국의 공산당교 체제는 이러한 의미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공산당교의 교육은 당간부와 관료들로 하여금 급변하는 정치경제 환경에 신속하게 적응하고 사회의 복잡다양한 요구를 인식하도록 함에 그 목적이 있다고 설명하지만 실제로 그 교과과정을 살펴보면 사상교육 측면이 중요한 목적임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인민법원은 법을 집행하는 기관으로서 분쟁을 해결하고 국가기관의 권한행사를 감독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사회주의 이념상 중국의 사법부는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위한 무기’로 인식되어 왔고 다른 국가기관에 비하여 그 중요성이 폄하되어 왔다. 그러나 개혁·개방 이후 다양한 이해관계가 등장하고 개혁지도자들에 의해 법치주의 노선이 강조되면서 인민법원에 대한 당적 통제가 강조되고 있다. 이는 두 가지로 알 수 있다. 첫째, 중국의 사법부, 인민법원에 구성된 구성원들을 보면 그 자체로 독립성을 가질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인민법원의 법관은 대부분 퇴역한 군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법관이 되기 전에 법학에 관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다. 즉, 법관이 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법적 소양이나 지식보다는 당에 대한 충성도가 중요한 판단요건이 됨을 보여준다. 둘째, 각급 인민법원에는 당조적으로서 정법위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 기구를 통하여 사법활동에 관여하게 된다. 이들의 주요한 임무는 정치-법 영역에서의 주요한 사건을 연구하고 당중앙에 보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재판에 관여하여 판결문 등 각종 문서를 작성하거나 사건의 처리에 대한 지시를 법원에 제시하기도 한다. 이렇게 중국의 사법부의 재판작용이 당의 정책과 노선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으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재판들은 당의 지시에 의하여 좌우되고 있다.
3) 선거제도와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는 국민이 자신의 의사를 대변하는 대표자를 선출하고 그들에게 통치권 행사를 위임함으로써 국민의 자기통치이념을 실현하는 제도로서 민주주의의 가장 핵심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 있어 최초의 선거법은 1953년에 도입되었으나 마오쩌둥 시기에는 단지 세 차례(1953, 1956, 1963)에 걸쳐 간헐적으로만 실시되었다. 1979년 선거법을 개정하고 1986년 12월에는 「중화인민공화국 지방각급인민대표대회와 지방각급인민정부 조직법」을 수정하여 기층단위에서 직접선거제도를 도입하였다. 기층단위의 직접선거제도는 지방 인민들의 정치의식과 공무원 책임정치에 기여함으로써 중국정치에 있어 가장 민주적인 요소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선거제도는 그 범위와 성격에 있어 몇 가지 문제를 초래한다.
먼저 중국의 직접선거제도는 기층의 범위에서만 제한적으로 실시된다. 중국헌법 제97조에 따르면, 현·구를 설치하지 않은 시, 시의 구, 향, 민족향, 진의 인민대표대회 대표만이 직접선거를 통하여 선출하도록 되어 있고,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성·직할시·구의 인민대표대회의 대표들은 간접선거를 통하여 선출되고 있다. 기층단위에서의 직접선거제도와는 달리 상급단위의 간접선거제도에서는 공산당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함으로써 직접선거제도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데이비드와 펑에 따르면, 1990년을 전후로 한 기층단위의 직접선거제 도입은 부정부패가 만연한 기층지역에 민주주의를 도입함으로써 기층지역에서의 지지기반을 공고히 하고 이를 통해 공산당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둘째, 선거제도는 국민의 대표자를 선출함을 동시에 국민이 선호하는 정부를 선택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공산당 일당독재 하에서의 선거제도는 국민들로 하여금 정부선택의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본연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다. 중국헌법의 전문에서는 ‘중국공산당이 영도하는 다당합작과 정치협상제도는 장차 장기간 존재하며 발전시킨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중국 내 민주당파의 존재와 형식적 복수정당제를 인정하고는 있다. 그러나 이들 민주당파는 건국 이전에 중국공산당과 함께 항일투쟁·반국민당 투쟁에 참여했던 정당으로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된 후에는 중국공산당의 영도에 복종하는데 합의한 바 있다. 이처럼 중국내 존재하는 야당이 공산당의 권력과 대립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산당의 실행적 단위로서 기능하면서 복수정당제는 형식적인 차원에서 머무르고 있다. 또한 당지도부가 인권보장, 권력분린, 모든 단위에서의 직접선거제도 등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공식적 언급을 금기시함으로써 민주세력의 단합과 조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4) 시민사회의 정치적 참여
자유민주주의는 일반국민의 정치참여를 보장하며 정책결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채널을 구비토록 한다. 그러므로 사회단체의 결사의 자유와 언론·미디어의 자유보장은 민주화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중국에서는 개혁·개방을 통하여 수많은 사회단체들이 등장하여 성장해왔고, 1993년 인터넷이 처음으로 개통된 이후 일반 국민에 대한 인터넷 보급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각에서는 사회부문의 급속한 성장과 정보의 공유가 중국 내 시민사회의 건설과 당-국가체제에 종언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았다.
중국공산당 또한 이에 위협을 느끼고 사회단체에 대한 관리와 통제를 강화한다. 중국은 천안문 사태 후인 1989년 10월 사회단체의 설립등기를 의무화함으로써 사회단체 설립에 행정적 통제를 가하기 시작하였다. 1998년에는 동조례를 개정하여 초지역적 사회단체 출현을 아예 금지하였고 이를 통해 거대 사회단체의 형성을 견제하고자 하였다. 또한 중국공산당은 은퇴한 당간부를 각종 사회단체의 장에 임명하고 사회단체에 대하여 국가 보조금을 지원함으로써 사회단체가 공산당의 노선에 순응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또한 중국정부는 인터넷 사용에도 강력한 통제를 실시하고 있다. 중국 내 모든 인터넷 관련 설비는 국유로 되어 있으며 국가가 직접 운영을 담당한다. 1998년에는 국무원 내 LGI(Leading Group for Information)를 설치하면서 인터넷 운영에 적합한 규제와 표준을 입안하고, 이용로와 서비스를 설정하며, 인터넷 네트워크의 실행을 감시하도록 하였다. 중국정부는 인터넷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함으로써 각종의 정보를 독점하고 인터넷 사용자로 하여금 체제위협적인 요소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사전예방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정치현실은 자유민주주의와 큰 괴리가 있다. 개혁기 이후 30년 이상 강조해 온 중국의 법치주의 역시 국민의 기본적 권리보장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기보다는 합법적 지배를 통한 공산당의 영향력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정치개혁의 한계를 볼 수 있다. 현재의 일당독재체제가 복수정당제도 또는 그와 유사한 형태로 개혁되지 않는 한 중국의 민주화는 큰 진전을 보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통제’를 통해 정치개혁을 하겠다는 중국식 민주화는 기본적으로 민주적이지 못하다. 민주주의 제도화는 뛰어난 엘리트들이 위로부터 이끌어서 되는 경우도 있고, 지식인들과 깨인 시민들이 옆으로부터 이루어내는 경우도 있고, 광범한 대중들의 요구에 의해 아래로부터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경우는 대체로 시민사회의 역사적 전통을 갖고 있는 경우에 가능하다. 그러나 중국은 자체적 민주주의 전통을 갖고 있지 못하다. 공산당 내 민주화를 통해 위로부터 중국정치의 민주화를 달성하려는 시도는 자칫 ‘체제의 안정→국가주도의 평등+위로부터의 민주화→자유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미국식 자유민주주의 모델과 연결시키려다 극단적 사회갈등만 만들어낼 수 있다. 중국공산당이 당내 민주화를 어떻게 추진하고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 중이다. 또 중국은 민주화 문제보다 인치적 전통을 법치로 바꾸어가는 문제가 훨씬 중요하다는 견해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민주화 대신 법치화’ 라는 주제는 분명 한계점이 있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지도 않다.
Ⅲ. 개혁개방과 ‘중국 특색의 민주주의론’의 등장
1) 중국공산당의 개혁방향 : 민주주의 도래
민주주의에 대한 중국의 인식에서 커다란 변화는 장쩌민 시기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으며, 후진타오 시기에 이르러서 하나의 큰 전환점이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장쩌민은 법에 의한 통치를 사회주의 민주주의의 핵심 내용으로 간주하면서, 당의 영도, 인민민주주의, 법치의 엄격한 실행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는 것을 공산당 집권방식의 새로운 창조로 간주하고 이를 실현할 것을 강조하였다.
장쩌민은 그의 지도사상으로 3개 대표론을 통하여 사영기업주나 지식인의 공산당 가입을 인정함으로써, 인민의 전위대로서의 공산당의 성격을 부정하면서 집권정당 혹은 국민정당으로 공산당의 성격전환을 이끌어냈다. 뿐만 아니라 인민민주주의 혹은 인민민주독재의 대상이던 지식인이나 사영기업을 인민민주독재의 통치권력의 주체로 수용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그리하여 인민(노동자)이 아닌 지식인이나 자본가계급에게도 정치참여의 기회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인민이라는 계급적인 범주에 제한된 정치참여의 범위에 대한 제한을 해제하는 커다란 변화를 이끌어 내었다.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에서 또 다른 변화는 2002년 16차 당대회를 통해 후진타오체제가 등장하면서부터이다. 후진타오의 등장 이후, 계급과 체제를 초월한 민주주의 보편적 가치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일련의 시각의 변화가 있었다. 민주주의를 보편적 가치로 인정하게 됨으로써, 그동안 계급독재 형식이라는 계급민주주의 관념을 뛰어 넘는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었다. 따라서 이제 주요한 관심사는 중국이 어떠한 형식의 민주주의를 건설하고자 하는가이다. 이것과 관련하여 중국정부는 중국의 역사와 현실에 기초하여 서구와 다른 중국적 특색의 민주주의 모델을 창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중국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중국 특색의 민주주의의 중요한 내용에 대해 분석하는 것은 중국이 어떠한 민주주의를 추구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민주주의체제로 특징지을 수 있는지에 대한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2) 중국의 민주화 과정
중국의 전통문화에는 “민주화”라는 개념이 없다. 그러나 민주화의 사상은 중국의 “민본”사상에 포함되어 있다. “민주화”라는 용어는 중국 사회에서 수입품이라 볼 수 있다. 중국 사람들이 최초로 민주화를 접촉한 시기는 19세기 후반이다. 서구문화가 중국에 들어오면서 민주화 사상의 영향을 받아 중국의 정치제도와 사상이 민본에서 민주화로 발전하는 것은 중국의 민주화 과정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의 민주화 과정은 역사적 문화적 요인과 중국의 특별한 국정의 제약 때문에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우선 중국의 민주화 발전은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 민주화 과정에 비해 더욱 복잡한 과정을 갖고 있고 비자발적이다. 서구 자본주의 국가는 민주화 사상의 영향을 받으면서 자본가 계급의 주도로 부르주아 혁명을 통해서 민주화 과정을 완성했다. 반면, 중국의 민주화 사상의 발전은 아주 느리게 진행됐다. 2천여 년의 봉건 독재제도의 영향에 따라 민주화 사상은 정치무대에 올려진 적이 없었다. 신해혁명부터 오사운동, 항일전쟁, 국내 해방전쟁을 경험했고 민주주의 사상이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시장경제의 발전과 함께 중국의 개혁개방 과정 중에 점차 사회주의 민주화가 진행됐다. 사회주의의 개방성이 증가함과 동시에 외부에 들어온 현대적인 요인과 내부에 있는 전통 요인이 맞서 싸워 유익한 외부요인을 지속해서 받아들이며 사회주의 민주화의 과정 발전을 추진했다.
둘째, 중국의 민주화 과정에는 비통일성이 존재한다. 오사운동 이후에 민주화는 신문화운동의 구호 중 하나로 제안되었다. 항일전쟁, 국내 해방전쟁 후의 계획경제, 독재 사상에서 오늘날의 개혁개방까지 상당히 긴 기간이 걸렸다. 2천여 년의 봉건 독재는 경제발전을 더디게 했으며 쇄국의 문화전통을 형성했다. 따라서 외국의 선진적 사상을 도입해서 중국의 상부 구조를 개조할 조건이 없었다. 동시에 전통문화와 사상의 변화에 따라 정신문명의 변화에 긴 과정이 필요하게 되었다.
셋째, 중국 정부는 사회주의 민주화 과정에서 조직형성과 조정의 역할을 했다. 중국에 현대화 과정은 외국의 압력에 따라 시작되었다. 특히 자본주의 단계를 경험하지 않고 직접 사회주의 단계에 들어왔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불안정성 요인을 발생시켰다. 따라서 정부는 민주화 과정을 추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민주화 과정에서 사회, 정치, 경제, 문화를 발전할 때 안정성과 속도를 조화하는 것은 중요하다.
1957년 반우파의 확대부터 1976년 문화대혁명 종료까지 중국의 사회주의 민주 법칙 건설은 심각한 파괴를 경험했다. 여전히 민주주의를 제창하지만,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법제에 의해 거부되었다. 이 법칙과 질서를 훼손하는 것은 사회의 생산과 사람의 삶을 모두 파괴해서 민주 권력과 인신 자유를 짓밟았다. 이 때문에 중국의 법제의 완선은 장기간의 정체를 초래하며 중국의 민주 정치 발전과 법치의 현대화 과정의 진행을 지연시켰다. 민주화는 국가 통치자가 마음대로 포기할 수 있는 주관적 의지의 산물이 되었다. 이후 중국의 경제성장은 급속한 발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화의 법칙 건설은 국가 경제의 발전과 반비례했다. 중국의 각각 지방은 GDP 성장만 추구하며 경제성장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의 민주화 의식은 독살당했다.
현 상황에서 중국 민주화 과정의 발전은 새로운 중산계급과 기업가들이다. 중국의 민주화 과정이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밀어주는 책임을 가진 중산계급이 아직 완벽하게 형성되지 않았다. 이 영향은 중국의 민주화의 과정을 제한했다. 30년 동안 중국 정부가 경제를 개발하는 동시에 민주화 발전도 일부 진전을 이루었지만, 민주화에 대한 강조는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 예로는 사법 불공평 문제, 공무원 부패 문제, 빈부격차 문제 등이 있다.
3) “중국특색의 민주주의”란?
중국정부가 주장하는 중국특색의 민주주의는 2005년 중국의 국무원이 발행한 <백서>를 통해서 알 수 있다. <백서>는 중국 특색의 민주주의를 4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공산당 영도하의 인민민주주의이다. 중국의 인민민주주의 정치제도는 중국 공산당의 영도하에 중국 인민이 설립한 것으로, 민주정치의 제도적 완비는 공산당의 영도하에 실현된 것이며, 공산당의 영도적 지위가 인민이 주인이 되는 것을 보장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둘째, 광범위한 인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로, 이 점을 중국의 민주주의의 본질로 규정짓고 있다. 셋째, 인민민주독재를 보장하는 민주주의이고, 넷째, 민주 집중제를 근본적인 조직원칙과 활동방식으로 하는 민주주의다.
<백서>에서 주장하고 있는 중국 특색의 민주주의는 공산당의 영도원칙, 인민민주독재, 민주집중제에 기초한 조직과 활동방식을 들고 있다는 점에서, 마오쩌둥시기의 민주주의에 대한 설명방식과 차이가 없으며, 또한 법치주의와 제도화에 기초한 민주주의를 강조한 덩샤오핑의 주장과도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3개 대표론을 통하여 자본가와 지식인 등을 포괄하는 국민정당으로 공산당의 성격이 전환되었고, 계급지배의 한 형태가 아닌 보편적 가치로서 민주주의가 인정된 이상 인민민주독재의 논리 역시 실질적인 의미를 담보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2007년 17차 당대회의 보고서를 통해서 보면,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기본적인 방식으로 민주집중제가 아닌 기층군중자치제도 및 인민참여, 견제와 감독 등을 강조하고 있어 새로운 변화를 찾을 수 있다. 우선,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기본적 형식적 틀로서 과거에는 인민대표대회, 공산당 영도의 다당합작제 및 민족구역자치제도를 언급하였다면, 처음으로 기층군중자치제도를 중국 민주주의 실현의 주요한 형식 중의 하나로 언급하였다. 이렇게 민주주의의 발전 방향에 대한 언급에서 정치참여의 제도화와 감독기능의 강화 등을 언급함으로써 백서보다 상당히 진전된 변화를 보여주었다. 또한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시민의식의 성장의 필요성을 지적하였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중국당정에 의해 제시된 중국 특색의 민주주의 특징을 3가지로 특징지을 수 있다. 첫째, 국민정당으로서 공산당 일당의 영도와 법치주의 원칙이 통일되어야 한다. 둘째, 민주주의를 실행하는 제도적 형식으로, 인민대표대회제도, 공산당 영도하의 다당합작제와 정치협상제도, 민족구역자치제도, 기층군중자치제도 등을 구성요소로 한다. 셋째, 경쟁적인 선거(비록 기층수준에 제한되고 있지만)와 광범위한 대중의 평등한 정치참여, 민주적 제반 권리의 보장, 인민들의 권력에 대한 감독과 견제의 강화, 법치의 실시 및 민주적 시민의식의 성장 등 민주적인 실현을 절차적으로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진전시켜가야 한다. 결국 중국 특색의 민주주의를 실행하는 제도적 형식이 실질적으로 내용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공산당의 영도적 지위와 현재 제한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민주적 절차의 제도화를 어떻게 확대하여 실행할 것인가로 요약할 수 있다.
4) 중국 특색의 민주주의가 “민주주의”가 아닌 이유
첫째 중국 특색의 민주주의는 모든 정부 권력의 요직을 차지하기 위한 규칙적으로 치러지는 개인들 또는 조직화된 집단들 간의 의미있는 경쟁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국가주석, 총리와 부총리, 전인대 상무위원장 등 권력기관의 주요 요직을 차지하기 위한 개인이나 집단 간의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며, 공산당에 의한 지명과 전국인대를 통한 승인 형태를 띠고 있다. 더 나아가 최고 권력기관이자 인민들의 이익대표기관인 전인대 및 지방인대의 대표의 선출에서도 현급 이하를 제외하고는 직선에 기초한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정치체제는 현재 다원적인 정치세력 간의 권력을 향한 경쟁이 보장되지 못하고, 공산당의 일당독재의 틀 내에서 아주 제한된 범위의 정치적인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지도자와 정책을 선택하는 데 있어 최소한 규칙적이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주요 사회집단(성인집단)이 배제되지 않을 만큼 매우 포괄적인 수준의 정치참여가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현재 중국 내에서는 직선제 실시를 통해 현급 인민대표대회선거, 기층자치단체선거, 일부지역의 향진장선거가 정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기층단위에서 제한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선거이고, 상층 지방정부 및 중앙수준에서는 여전히 당에 의한 후보군의 지명과 지방인대와 중앙인대에서 추인하는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층선거의 도입과 점진적 확산과정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목적으로 추구한 결과라기보다는 중국공산당의 통치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적응전략으로서 도구적 필요성이 더 강한 것으로 비춰진다. 또한 사법부의 독립이 여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으며, 인민대표대회나 정치협상회의도 정부에 대한 감독과 견제의 역할을 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셋째, 정치적 경쟁과 참여가 완전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증하기에 충분한 수준의 시민적, 정치적 자유(표현, 결사, 참여의 자유)의 보장 역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중국식의 민주주의를 주장하면서, 공산당 영도하의 다당합작제와 인민대표대회, 기층자치제도를 기초로 한 민주주의의 제도적 틀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러한 제도들이 어떻게 민주적으로 운영될 것인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유일한 통치정당인 공산당을 국가권력으로부터 어떻게 분리시키고, 다양한 정치세력을 결집시킬 수 있는 다원적인 정치세력의 조직화를 어떻게 이루어 낼 것인가? 인민대표대회가 인민들의 정치참여와 경쟁을 실질적으로 보장해 줄 수 있는 제도적인 통로로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 정치협상협의가 실질적으로 다원적인 사회단체나 이익집단간의 정치적인 심의공간으로 기능할 것인가? 등은 정말 미지수이다.
또한 중국공산당은 공산당의 일당적인 지위를 포기하고 다당제의 방식을 통한 다양한 정치세력의 정치참여를 이끌어내려는 개혁의지가 없어 보인다. 17차 당대회 이래 당내 민주화론을 강조한 이유는 정치개혁 돌파구 수단이다. 이로 볼 때 중국 특색의 민주주의론은 중국의 민주화에 대한 뚜렷한 청사진을 가지고 있지 않은 채, 공산당이 현재의 정치개혁 압력에 대응하여 각종 정치제도의 완비와 통치방식의 합리화를 통해 공산당의 새로운 통치방식을 모색하고자 하는 중국공산당의 의지의 표현으로 여겨진다.
Ⅳ. 시진핑 지도부 하에서의 중국정치 민주화 전망
중국의 당내 민주주의는 중국공산당 사업의 합법성, 간부의 비리척결을 통한 지지기반 확보, 당원의 참여와 대표들의 민주적 정당성 확보에는 기여하고 있으나 민주주의가 인정되는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다. 예컨대 당의 운영자금에 대한 민주적 통제, 당 내부에서의 정치적 당파형성에는 중점을 두지 않고 있다. 또한 국민의 자유보다는 당을 중심으로 한 통일적 단결을 중시하고 있으며 당사업에 대해 모든 당원이 평등하게 토의에 참가하여 건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언급을 금기시함으로써 당원의 건설적인 참여를 봉쇄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공산당 지지기반 안정화를 위한 당원자격의 확대, 형식적 차원에서의 정치참여 신장 및 공산당 중심의 일당체제 공고화 등 세 가지를 위해 중국식 민주주의를 설립했다고 한 것은 아닐까? 사실 30년 간의 중국공산당 개혁정책은 국민전반의 자유신장과 민주화보다는 당의 집권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어 추진되었다.
그렇다면 차세대 리더십 하에서 중국공산당의 지위와 중국정치의 민주화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현 시진핑 지도부는 민주화 실현을 위하여 공산당의 권력과 영향력을 희생할 의지가 있는가? 다시 말하면 차세대 지도부 하의 중국공산당은 법치주의를 시민의 정치적·시민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운영하고 국가기관 장악력을 약화함으로써 기관 간의 실질적 권력분립이 이루어지도록 할 의지가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과연 시진핑 지도부가 기존 정치지도자들의 정치개혁과 다른 개혁방향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을 것인가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우선 사장적인 측면에서 보면, 현 중국 지도부는 건국을 전후로 하여 출생하였기 때문에 공산당의 혁명적 성격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그러나 공산당원이 되기 위한 힘든 과정을 거치고 중앙당교에서의 사상교육을 이수하면서 덩샤오핑이론 3개대표론, 과학발전관 등 실용주의적 사회주의 이론에 대해 정통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정치적 가치관이 정립되는 시기인 30대 중후반과 40대 초반의 시기에 천안문 사건과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급진적 개혁보다는 점진적 변화와 안정을 중요시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에 덧붙여 현 지도부는 기존 지도자들이 견지한 기본노선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10월에 열린 18기 6중전회에서 주로 이데올로기 문제나 당 건설 문제 등 당의 정체성 재확립 문제를 이슈로 다뤄온 바, 종엄치당(从严治党 : 당에 대한 엄격한 관리)이 핵심 화두로 등장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시진핑이 당중앙의 핵심으로 공식 인정되며 1인 권력체제를 더욱 견고히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시진핑 지도부의 정책방향 역시 일당체제의 안정과 정치 안정화를 최우선의 정책목표로 하여 기존 정책과의 단절보다는 유지를 기본방향으로 할 것이다. 따라서 당내 민주주의의 강조, 사회전반의 참여 등 민주적 요소들을 정치체제 내에 지속적으로 수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민주적 요소들은 일당체제 공고화를 위한 도구적 기제로 이용될 것으로 전망되어 시진핑 지도부 하에서도 민주화의 실현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Ⅴ. 중국의 민주화 실현을 위한 과제
중국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한편으로 보통 선거권에 입각한 민주제도를 시행하고, 또 한편으로 정치적 평등과 사회적 평등이 상호조화를 이루는 정치적 민주주의를 달성해야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 이렇듯 현재 중국의 정치현실은 서구사회에서 인식하는 자유민주적 질서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현 시진핑 지도부에서의 정치민주화 역시 그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한다면, 중국의 민주화에 대한 연구에 있어서는 그것이 ‘언제’ 현실화될 것이냐보다는 ‘어떻게’ 현실화될 것이냐의 문제가 보다 유익한 접근방법이 될 수 있다.
첫째, 경제적 풍요보다는 인간실존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덩샤오핑식 개혁개방의 성공으로 중국은 20세기를 고비로 궁핍에서 해방되었으며, 근대사의 질곡을 벗어나 매우 편리한 삶을 살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물질적 풍요가 중국인들에게 진정한 인간행복을 담보해 주었는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중국정치의 개혁방향은 경제건설에서 중국인의 실존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둘째, 전체보다 개최가 강조되는 사회이다. 분배를 중심으로 하는 정의실현의 모든 문제는 인류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우리 세기의 과제이다. 중국정치는 이제 역사와 국가와 인류라는 거창한 제목보다는 개개인 욕구충족이 강조되는 것으로 바뀌어가야 할 것이다. 단순한 평등분배의 문제보다는 환경과 삶의 조건과의 관계로 전환된 분배결과에 대한 개인 삶에서의 만족정도가 가장 중요한 가치기준이 될 것이다.
셋째, 통제를 벗어나 해체로 가고 있다. 공산당 영도의 원칙을 고수하는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는 공산당이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모든 중국인의 행위를 규제해야 할 필요와 힘이 있다고 하더라도 강제력은 새로운 시대에 의미가 약해질 해체의 대상이며, 권위적 힘은 개체욕구와 강조로 인한 자율규제 앞에 무력한 해체의 대상이다. 중국은 중앙집중적 통제를 벗어나 지방으로 권력을 이양하는 등 해체로 나아가는 것이 중국정치 개혁의 방향일 것이다.
넷째, 보편성보다 문화의 다양성이 강조되는 시대이다. 문화가 비록 최종심급에서의 결정요소는 아닐지라도 고도의 자율성을 지닌 전략단위라는 합의가 팽배해졌다. 중국은 힘과 부의 논리인 서구문화보편론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독자적인 전통과 문화에 바탕을 둔 정치개혁을 통해 새롭고 다양한 민주주의의 제도화를 이루어가야 할 것이다.
위 네 가지를 실현하기 위해 중국정부는 시민들의 참여의식을 확산하고 복수정당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특히 세 가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노동자·농민을 주축으로 한 권리 보호 운동, 청년들 위주의 인터넷 운동, NGO 운동이다. 중국 베이징대학의 ‘정신적 스승’으로 불리는 첸리췬은 2012년 9월 2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년들과 NGO는 언론·출판·결사의 자유를 요구한다. 이들을 진정한 개혁 세력으로 본다. 그러나 문제는 당국이 이들을 사회불안 세력으로 보고, 심지어 외국의 적대 세력과 연계돼 있다는 본다. 개혁의 동력이 돼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개혁의 저해 세력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말하며 현재 중국사회의 문제점과 향후 변화가능성과 현실에 대해 냉철하게 지적하였다.
만약 상향식(bottom-up) 민주주의가 민주화에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 한다면 시민사회의 형성과 그 민주화 가능은 중국의 민주화에 있어 중요한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산층이 없으면 민주주의도 없다’라는 함축적인 말이 대변해 주듯이 현재 중국의 극심한 소득격차와 계층의 양분화는 시민사회 형성에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 사살이다. 국민의 대다수가 중산층을 구성하게 된다면, 중국공산당으로의 편입이라는 관리방식은 크게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 판단된다. 중산계층이 두텁게 형성된다면 시민사회의 형성과 그 민주화 기능을 기대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중국에는 민주주의 당파와 이익집단으로서의 수많은 사회단체가 존재하며 공산당 내부에도 민주주의 운동가가 있다. 그러나 이들은 공산당의 통제와 간섭, 회유와 편입정책 때문에 공산당을 견제할 수 있는 독자적 세력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정당 간의 경쟁을 회피하면서 일당체제의 안정화만을 추구해 왔기 때문에 국민의 정치적 권리가 무시되고 인권이 유린되는 등 중국의 민주화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로 다른 정책을 표방하는 복수정당제가 인정된다면 정권획득을 위한 정당 간의 경쟁이 이루어지게 되고 이를 통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됨으로써 중국정치의 자유민주주의에 한층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중국 내 민주주의 세력이 국민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산재되어 있는 민주세력을 조직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
모든 민주주의론은 각 나라의 현실에 맞게 변화, 발전하여 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인류의 역사과정에서 형성된 보편적 가치, 보편적 민주주의론에 대해서는 수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중국의 정치개혁은 민주주의 제도의 구현을 통해서만이 완전한 성공에 이룰 수 있다. 민주주의는 인간의 실존을 확인시켜 주는 이념이며, 다양한 상대성을 가장 잘 보장해주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개혁 그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 그것은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서 공동체를 통해 인간해방을 가능케 하는 자족적 수단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의 구속을 풀고 공동체의 상대적 가치가 인정되는 속에 자율적인 개개인의 행복과 안녕이 가능해지는 조화로운 발전을 이룰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이렇게 민주주의의 본래적 가치에 충실하고, 민주주의가 갖는 병폐를 중국의 전통사상으로 보완해가면서 ‘중국특색적 민주주의’를 재정립하고 발전시켜 정착시킬 수 있다면 중국은 세계정치를 선도하는 진정한 의미의 G2의 일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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